<초대 칼럼> 이 또한 지나가리니 - 관음사 송현 스님
목포투데이 기자 / 2020년 06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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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칼럼> 이 또한 지나가리니 
- 관음사 송현 스님

우리가 살다보면 인생살이가 실타래 엉키듯 복잡하게 꼬일 때가 있다. 이렇게 하면 저것이 문제가 되고, 저렇게 하면 이것이 문제가 된다. 

사람들 중에는 몸은 편한데 마음이 편하지 못한 사람이 있고, 마음은 편한데 몸이 편하지 않은 사람이 있으며, 몸과 마음 둘 다 편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어째서 우리의 삶은 몸과 마음 둘 다 편할 수 없는 것일까? 왜 몸과 마음이 늘 편하지 못할까? 아마도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의문이며, 삶의 화두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자기 삶이 엉망이 되었다면서 늘 다른 사람을 원망한다. 그러나 지금의 처지는 모두 자기가 만든 것이지 누가 만들어 준 것은 아니다. 오늘은 어제의 결과인 것이다.

불교에는 제행무상(諸行無常)의 가르침이 있다. 살아 있는 모든 만물은 끊임없이 변해간다는 뜻이다.

인생은 누구나 나고, 죽고, 병들고, 죽어가는 생노병사(生老病死)의 변화를 겪는다. 그러나 무상(無常)이란 상태가 늘 나쁘게 변화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좋게 긍정적으로 변화해 간다는 뜻이기도 하다. 

영원하지 않기에 음지가 양지로, 슬픔이 기쁨으로, 실패가 성공으로, 불행이 행복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모든 현상은 한 순간의 정지나 항상함이 없이 여러 조건이나 인연에 의해서 생하고 멸하는 생멸(生滅)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우리 인생 또한 살면서 길흉화복이 꼭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사자성어 새옹지마( 塞翁之馬)는 무상함을 잘 표현한 이야기다.

옛날 중국의 북방 가까이에 점을 치는 새옹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하루는 키우던 말이 국경을 넘어 오랑캐 나라로 달아나버렸다. 이에 마을 사람들은 안됐다고 찾아와 위로를 하자, 그는 “이것이 어찌 복이 될 줄 알겠소” 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러던 어느 날 달아난 말이 다른 말 한 마리를 달고 집으로 돌아왔다. 마을 사람들은 횡재했다고 축하를 하자, 그는 “그것이 어찌 화가 되리라는 법이 없겠소” 라며 별로 기뻐하는 기색이 없었다. 그런데 말 타기를 좋아하는 아들이 그 말을 타고 들판을 달리다 떨어져 그만 다리를 다치고 말았다. 

마을 사람들이 무척 안타까워하자, 그는 담담한 표정으로 “그것이 복이 될 줄 아오?” 하는 것이었다. 

그 후 오랑캐들이 국경을 넘어 침략해 왔다. 장정들은 징집돼 전장으로 나가 싸우게 되었지만, 다리를 다친 새옹의 아들은 징집을 피하게 되어 가족들과 오래 살 수 있게 되었다. 이렇듯 우리들의 삶도 길흉화복이 정해진 게 아니라, 처해진 상황 따라, 인연 따라 변해 간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형상은 여러 인연에 의해서 얽히어 이루어졌다가 그 인연의 힘이 다하면 흩어지듯이, 우리들 삶 또한 돌이켜보면 한순간인 것이다. 아무리 젊고 건강한 사람도 세월이 가면 늙고, 병들게 되는 것은 시간 문제이다. 어느 누가 흐르는 세월을 붙들 수 있겠는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근심 걱정이 없을 수 있겠는가. 행복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며, 출세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가 삶을 너무 무겁게 지고 살면 늘 심각한 근심 걱정뿐이다. 삶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나는 것이고, 죽음은 한 조각 구름이 사라짐이다, 

가볍게 우리의 삶을 즐길 수 있는 놀이로 받아들인다면, 삶의 무게가 짐이 아니라 어린아이들처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시인의 시 구절처럼 비에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없듯이, 우리네 인생도 비바람에 젖지 않고 살아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요즘 모두들 세상살이가 너무 힘들다고들 한다. 코로나 19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뿐만 아니라, 예상치 못한 사회적 문제와 심리적인 불안들. 이것을 꼭 화(禍)가 아니라, 복(福)이 될 수 있도록 우리가 사는 오늘. 과거는 수많은 오늘의 그림자이고, 미래는 다가올 오늘이다. 오늘을 삶의 전부로 느끼며 최선을 다해 사는 이 시간.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으니, 이 어려움 또한 지나가리라.

2020년 6월 3일 제 1050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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